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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국에서 마리화나가 불법인가요?

동히지지 2024. 12. 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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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후반부터 미국에서는 마리화나 합법화를 요구하는 운동이 점차 확산되었습니다. 1996년 캘리포니아주는 의료용 마리화나를 비범죄화한 최초의 주가 되었고, 이후 다른 주들도 의료용 마리화나 사용을 허용했습니다.

2012년에는 워싱턴과 콜로라도에서 기호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는 주민 발의안이 통과되었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미국의 30개 이상의 주에서 일부 마리화나 사용이 허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연방 차원에서는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마리화나는 왜 처음부터 불법이었을까요?

간단한 답: 인종 차별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인 1989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더반의 해변에 있는 표지판. 당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종 분리법에 따라 해변 이용을 "백인종 그룹 구성원"으로 제한했습니다. 입법화된 아파르트헤이트는 1990년대 초에 종식되었습니다.(less)

20세기 초반, 당시 미국에서는 "캐너비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마리화나는 널리 사용되지 않는 약물이었습니다. 하지만 1910년 멕시코 혁명이 시작되면서 많은 멕시코인들이 미국으로 이주했고, 이들은 마리화나를 흡연하는 문화를 가져왔습니다.

이 시기에 멕시코 이민자들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었고, 마리화나가 사람들에게 폭력적인 성향을 유발한다는 주장 등 과장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캐너비스"라는 이름 대신 "마리화나"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이는 약물이 외래적이고 이질적인 것으로 보이도록 만들어 외국인 혐오를 조장하려는 의도였다는 추측이 제기됩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많은 주가 마리화나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기 시작했습니다.

1930년대: 해리 J. 앤슬링거의 역할

1930년대에 연방 마약국(Federal Bureau of Narcotics)의 책임자였던 해리 J. 앤슬링거는 마리화나에 대한 전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마리화나가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했음에도, 앤슬링거는 자신의 부서를 홍보하려는 의도로 금지 정책을 추진했다고 여겨집니다.

그는 연방 차원에서 마리화나를 금지하기 위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펼쳤는데, 이 캠페인은 인종 차별에 크게 의존했습니다.

앤슬링거는 마리화나 사용자 대부분이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같은 소수 인종이라고 주장하며, 마리화나가 이들 "타락한 인종"에게 폭력성과 정신 이상을 유발한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는 또한 "마리화나는 흑인이 백인 남성과 동등하다고 생각하게 만든다"라고 말하며, 마리화나가 백인 여성의 순결을 위협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마리화나를 흡연하면 백인 여성이 흑인 남성과 성관계를 맺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습니다.

선전과 법 제정

영국의 마약 중독 치료소에서 바늘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주사 바늘을 들고 있는 헤로인 중독자.

앤슬링거의 주장은 선전 영화 리퍼 매드니스(Reefer Madness, 1936년 제작)와 언론 매체의 도움을 받으며 확산되었습니다.

결국 그는 1937년에 마리화나를 효과적으로 금지하는 마리화나 세금법(Marihuana Tax Act)의 통과를 이끌어냈습니다.

이 법은 1969년에 위헌 판결을 받았으나, 1970년 마약류 규제법(Controlled Substances Act)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이 법은 마리화나를 헤로인, LSD 등과 함께 가장 위험한 약물로 분류했습니다.

불공정한 법 집행

법이 시행되는 과정에서도 인종 차별이 지속적으로 나타났습니다. 21세기 초반 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백인과 마리화나 사용률이 비슷했음에도 마리화나 관련 혐의로 체포될 확률이 거의 4배나 높았습니다.

마리화나의 불법화는 안전이나 건강보다 사회적 편견과 인종적 불평등에 기반한 결정임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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